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린다.
사무실 뒤쪽, 상가 화단쪽으로 난 문을 열고 그 빗소리를 함뿍 받아들인다.
문 앞에 놓아 둔 화초 서너 개가 바람도 없이 일렁인다.
저들도 빗소리에 몸을 뒤채나보다.
물을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 여전히 날것들 돌보는 일에는 둔감해서
그저 저렇게 빗소리에 절렁절렁 흔들리게 둘 뿐이다.
잎끝이 살짝 마르는 것도 같지만, 물을 적게 주어야 한다는 말만 좇아
빗물 멀찍이 물이 튀지 않는 자리로 옮겨둔다.
지난 해 봄, 고사리과의 잎이 여린 놈 하나를 사들여 1년 째 동거를 했다.
퍽퍽한 책내가 그득한 서재에서 1년 여를 용케 견딘 놈이다.
사무실을 내면서 제일 먼저 옮겨 온 이 놈은 마냥 대견하기만 하다.
이름이 '네피로네핍스'라고 했던가.
뿌리에서 옴터 오른 이파리는 허공으로 오르면서 툭,툭, 떨어지고 떨어진 놈이 디디고 섰던 자리엔 다시 고사리손같이 새잎이 돋는다. 그렇게 1년 여를 잎들끼리 버팅기며 견뎌 주었다.
화초를 돌보는 일...... 아니, 그저 그것들과 한 공간에서 숨 쉬는 일. 요즘 그 자잘한 초록의 그늘 아래 드는 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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