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대여섯...'거제'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다.
흙먼지 뽀얗게 일렁이던, 작은 누이의 신행길이었다.
고갯길 너머 흙먼지 가라앉은 자리, 햇살 문드러진 바다는 그날도 저리 눈부셨던가.
그리고 스물 대여섯...
그때 내 청춘은 바다만큼이나 눈부셨던가.
오늘은...
겨울 햇살들이 바다 위에 떠다녔다.
그런데, 나는 떠다닐 바다를 잃었다.
이 섬이 슬퍼진 까닭이다.
저 흩어진 섬들은 몇 개의 교량으로 경계를 상실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섬들이 결코 하나가 될 순 없으리라.
바다 곁엔 뭍이, 뭍 곁엔 바다가 있다. 그러나 이 둘은 딱 그만큼이다.
뭍으로 올라설 수도, 바다로 내려설 수도 없는, 딱 그만큼의 자리...
세상은 그런 경계 위에서만 평온할 수 있다.
바다를 향하고 앉은 자리에서 햇살 한 줌을 주워 들었다. 두꺼운 유리창으로 또 하나의 경계를 세웠다.
고요...
경계를 잃은 사람들이 고요를 휘젓는 한낮...
난 그 소란스러움 속에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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