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사는 신라 절집이다. 찻길에서 잠깐 한눈을 팔면 어김없이
진입로를 놓치고마는 절집이다. 용케 길을 찾아들면서부터는 아찔한 오르막길이 한참이다. 이리저리 비틀린 길을 오를라치면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쉼없이 따른다.
내가 처음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스물 대여섯 때부터이니 짧지 않은 인연이다.
어느 날엔 아침 강의 가던 길에 불쑥 샛길로 빠져 오르기도 했고, 또 어떤 날엔 누군가를 항한 그리움으로 오르기도 했다. 가끔은 몇 년씩 까맣게 잊고 살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한 달에 두세 번씩 오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절집에 지키던 흰등이 개가 사라졌고, 목청 좋게 염불을 외던 주지 스님도 안 보인다. 개는 뒤켠에 목을 매고 키웠는데 고양이는 요사체 마루를 온통 자리잡고 있다.
어느 절집에서나 그러하듯, 대웅전에 앉아 마당을 한참 내다보았다. 마당 가득 여름 햇살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었고, 간간이 매미울음이 옛 스님의 목청으로 요란했다. 낮고 고요하던 절집 여기저기가 번듯하고 화려한 단청으로 요란해졌다. 십수 년 세월 에 오히려 절집은 더 번쩍이고 더 화려해진 듯하다. 육신이 낡고 초췌해지는 것은 슬픈 일인데, 그 세월 동안 절집이 낡지 않는 것도 슬프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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