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당신 발바닥 쓰시마섬 같애>(최정례)

naru4u 2007. 8. 28. 21:15
<당신 발바닥 쓰시마섬 같애>

                                                      *최 정 례

이불 밖으로 삐죽이 빠져나온 당신 한쪽 발
엎어져 자고 있는 발바닥이 바다 위에 섬 같애
숨도 쉬지 않고 조용히 조용히 자고 있는 쓰시마섬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태종은 대마도 정벌을 명하였대
토요또미 히데요시도 쓰시마에 기지를 구축하였고

왜 그 생각이 나나 모르겠네
젊어 징용가서 다시는 못 돌아온 고모부
절벽 위에 고사목처럼 살다 이제는 죽은 지 오래된 고모

바다 한가운데 엎어진 배처럼 조용히 떠서 자고 있었네
새벽에 혼자 깨어 들여다보니
참 멀리도 떨어져 나간 당신 발바닥이네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왜(倭)의 물은 한모금도 안 마신다며
생으로 굶어 죽은 최익현의 발자국도 그 섬에 떠돈다는데

그로고 보니 혼자 방황하는 당신 발바닥이네
당신의 몸 가장 궁벽한 곳, 가장 쓸쓸한 곳

회사는 넘어가고 친구들의 부고장은 하나둘 날아오고
술도 담배도 끊었지만 잠이 안 온다고 뒤척이더니

그 나라에서도 쫓겨나 갈 곳 없는 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 쓰시마래
작은 섬 앞바다에 역관 백여명을 돌풀에 휩쓸려 보내고도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고 조선사람들은 믿었다는데

당신 발바닥은 영 딴 나라 같네
동떨어져서 낯설기만 하고
당신의 쓰시마, 쓰시마섬
==================================================<창작과비평, 2007년 가을호>
내 발도 그러한가 싶어 구부정하게 발치께를 내려다봅니다....그런가? 오늘은 잠든 아내의 발도 물끄러미 바라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