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빗장> <빗장> *이 재 훈* 지금 내 시간은 갇혀 있다. 당신을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말없이 당신을 보낸 어느 밤에 비로소 내 울음이 들렸다. 당신을 잠그고, 나를 잠그면 사랑을 알게 될까. 찰칵, 우리는 어쩌면 평생을 가슴 반쪽으로 사는 지도 모른다. 철 들기 시작하.. 디카시... 2014.10.09
조영래. <꽃의 눈물> <꽃의 눈물> *조 영 래* 차갑던 그가 떠나고 사랑이 찾아와 어루만지는 걸까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아직 뜨지도 않은 눈망울 사이로 아무도 모르게 우수도, 경칩도 모두 지난 날이다. 떠나는 것들과 다시 맞는 것들이 잠시 시간을 포개 앉아 서로를 토닥이거나 혹은 어루만지는 시간들.. 디카시... 2014.10.09
윤성택, <그대 생각> <그대 생각> *윤성택* 나무가 스스로 예감에 겨워 바닥에 제 잎을 써내려가는 계절, 구름 봉투에 봉해지는 하늘이 있다 밤이 뿌리를 내려 서녘에 가닿으면 오늘 밤 네가 핀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창세기&.. 디카시... 2014.10.09
이재훈, <곰파>(Gompa)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지만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는 라다키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서양 문물을 멀리하고 전통적 삶의 방식과 강인하고 소박한 삶의 자세로 공동체를 일궈온 라다키들의 삶이 곧 종교인 이유에서다. 그들이 사는 라다크는 ‘고갯길의 땅’이란 뜻을 지.. 디카시... 2014.09.29
박서영, <이수정 낙화놀이>... ‘사랑이 잠시 농담처럼 왔다 가버리는’ 일만큼 비의적인 것이 또 있을까. 더욱이 ‘오랜 시간 심장에 불을 품’어 온 사랑임에랴. 함안의 먼 옛날로부터 전하는 아라가야의 사랑들은 일수정, 이수정, 삼수정을 거쳐 무진정에 이르렀을 것이나 다 사라지고 이수정의 낙화놀이 흔적과 무.. 디카시... 2014.09.29
임창연, <글씨교본> 저 빈칸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까. 살, 살자, 그래 살아야지 이, 이놈, 그래 이놈이 밤새 술꾼들이 떠난 선술집 유리창 글씨들이 입씨름 중이다. -임창연 <글씨교본> 모든 문학은 ‘사람살이’에 대한 비유이고 치환이다. 저마다 살아가는 그 낱낱의 표정들이 시가 되고, 소설이 될 수 .. 디카시... 2014.09.02
이문자, <땅바닥 거울> 단지 거울만으로 나를 볼 수가 없다 해의 방향과 기울기와 뜨거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산사나무 그림자 네가 바라보는 동안만 선명한 내 맘 같은 -이문자 <땅바닥 거울> ======================================================================== ‘그림자’는 고대로부터 하늘의 질서를 읽는 도법이.. 디카시... 2014.08.03
김왕노, <천형> 달리고 달려도 결국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인 줄 안다. 울고 울면서 달려가도 만나지 못하는 사랑인 줄 안다. 무슨 잘못이 있었는가. 저 평행이란 천형 소실점에서 더 끝으로 사시사철 가고 가도 용서가 없다. -김왕노<천형> ================================================================= ‘그리움.. 디카시... 2014.07.14
황영자, <말 안 하기> 간밤에 조신하기로 소문난 남원댁과 어촌계장 박씨가 초승달을 떨구고 갔다 등허리에 꽂혀 내가 아프다. -황영자님의 < 말 안하기> =================================================== 당 말기에 열한 명의 천자를 섬기며 백성의 어려움을 보살핀 ‘풍도(馮道)’라는 사람은, 말(言)이 시대를 어지.. 디카시... 2014.07.05
김영철, <마실 중> 가을 햇살 너무 맑아 잠시 들에 나갑니다 모처럼 오시는데 서운함을 어쩌지요 굳이 날 찾으려거든 바람 끝으로 오시지요 -김영철님의 <마실 중> ================================================== 구한 말, 고종은 당대 유명한 화가인 소치 허련(許鍊·1809~1892)을 골탕 먹이려고 그에게 춘화(春畵) .. 디카시... 201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