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황톳물에 대한 기억... 비가 잦은 날이다. 장마 때만 되면, 강물이 넘쳐 시뻘건 황톳물이 대문을 밀고 들던 여름을 생각한다. 비는 좀체 긋지 않았고, 벌건 물아가리가 현관 계단을 하나하나 집어삼키며 기어이 마루로 기어들면, 온 식구가 부랴부랴 세간살이를 창문으로 들어날라야 했던 물난리. 동네 아이들과 주먹다짐 해.. 하루하루... 2011.06.25
산다는 것은...또 죽는다는 것은... 사람이 나이 들면서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그리하여 때때로 거울을 보면서 씁쓸해야만 하는 것은...? 그건,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라는 거'라고, 어느 학생이 썼다. 그 한 줄을 읽으며, 나이듦에 대한 씁쓸함을 스스로 위로했다. 그래, 그런거야. 그런 걸거라고...... 그런데도 어느 순.. 하루하루... 2011.06.22
나이와 눈물의 상관관계...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었다. 아버지는 이런 나를 사내답지 못하다며 꾸짖기 일쑤였다. 어떤 이는 'B형'이기 때문이라며, 혈액형을 끌어다 붙이기도 했다. 나는 많은 누나들 틈에서 배어든 감성쯤으로 여겼다. 이런 감성은 나의 문학에 도움이 되었다. ......... 나이가 들 수록 눈물이 많아졌다. 어떨 땐 .. 하루하루... 2011.03.17
몸부림... 날 선 바람에 잘린 은행이파리들이 노란 빛무더기로 쓸려 다니는 계절... 가을 끝자락인데도 온몸을 칭칭 동여매고, 부산을 떨어본다. 사소한 바람 한 자락도 제 몸으로 감당치 못하는 일상이다. 시간은 자꾸자꾸 몇 걸음 앞서 달아나고, 그럴수록 할 일들이 뒤로 밀려 커다란 그림자로 쌓이고 있다. ..... 하루하루... 2010.11.28
...별 총총한 가을 아래 바람이 스친다... 가을바람에 으스스, 몸 떠는 저녁... 총총 돋는 초저녁 별들 하나씩에 문득 10대 때의 가을밤 몇 조각이 돋아 오른다.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이 가을 밤 내내 울려 퍼지던 소도시의 밤 골목... 그 휘어진 골목길로 새파란 달빛이 출렁거리던 그때... 돌이켜보면 까닭없이 목이 매는 시간들... 판자.. 하루하루... 2010.11.01
부끄러움... 묵은 메일함을 뒤적이다 7년 전 쯤, 혼인을 앞둔 내게 축하와 함께 '부인 말 잘 듣고 살라는 협박'을 얹어 보낸 어느 후배의 메일 하나를 다시 꺼내 읽었다. 같은 대학원, 같은 지도교수님 밑에서 비슷한 고민으로 20, 30대의 한 때를 얽어 지낸 후배였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늘 밝아 좋았고, 대여섯 살.. 하루하루... 2010.08.10
내 생에 축구...... 스무 살 남짓 때부터 유일하게 미쳐 뛰었던 운동이 '축구'였다. 생각이 많고, 맘이 갈피를 못 잡던 그 때, 오로지 둥근 공 하나만 보고 뛰면 행복했다. 좀체 발에 감겨 들지 않는 그 둥근 공은 마치 애를 태우는 애인과 같아서, 내 의지와는 다른 곳으로 비껴 구르던 날이 많았다. 그래서 그 공만 좇아 운.. 하루하루... 2010.06.23
'무리'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어느 집단, 어느 사회, 어느 환경이든 간에 사람이 모이다 보면 삐걱거리는 소리는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또한 사람이기에 그런 삐걱거림들을 슬기롭게 다듬어 가야 할 일이다. 기름칠 할 곳은 기름칠 하고, 못을 박아야 할 곳은 못을 박을 일이다. 다만, 속이 상하고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못 박고.. 하루하루... 2010.05.03
봄비 내리는 풍경...아득하다... 3월... 뜬금없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눈이 내렸다. 그것도 거푸 이틀씩... 동네 아이들을 죄 불러모아 아파트 주차장 한 켠에 눈사람을 만들어 세웠다. 그러나 그 눈사람은 반나절 만에 처참하게 두 동강이 나버렸다. 어느 몹쓸 인심이 그러한지, 몸체 동강 난 자리에 보도블럭 하나 휑, 했다. 우쒸~ 대체 .. 하루하루... 201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