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축구...... 스무 살 남짓 때부터 유일하게 미쳐 뛰었던 운동이 '축구'였다. 생각이 많고, 맘이 갈피를 못 잡던 그 때, 오로지 둥근 공 하나만 보고 뛰면 행복했다. 좀체 발에 감겨 들지 않는 그 둥근 공은 마치 애를 태우는 애인과 같아서, 내 의지와는 다른 곳으로 비껴 구르던 날이 많았다. 그래서 그 공만 좇아 운.. 하루하루... 2010.06.23
<기차>(안도현) <기차> *안 도 현* 삼례역에서 기차가 운다, 뿡뿡, 하고 운다, 우는 것은 기차인데 울음을 멀리까지 번지게 하는 것은 철길이다, 늙은 철길이다 저 늙은것의 등뼈를 타고 사과궤짝과 포탄을 실어나른 적 있다 허나, 벌겋게 달아오른 기관실을 남쪽 바닷물에 처박고 식혀보지 못했다 곡.. 시 읽기... 2010.05.18
'무리'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어느 집단, 어느 사회, 어느 환경이든 간에 사람이 모이다 보면 삐걱거리는 소리는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또한 사람이기에 그런 삐걱거림들을 슬기롭게 다듬어 가야 할 일이다. 기름칠 할 곳은 기름칠 하고, 못을 박아야 할 곳은 못을 박을 일이다. 다만, 속이 상하고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못 박고.. 하루하루... 2010.05.03
<빗방울에 대하여>...나희덕 <빗방울에 대하여> *나희덕* 1 빗방울이 구름의 죽음이라는 걸 인디언 마을에 와서 알았다 빗방울이 풀줄기를 타고 땅에 스며들어 죽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듣고 난 뒤에야 2 인디언의 무덤은 동물이나 새의 형상으로 지어졌다 빗방울이 멀리서도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3 새 형상의 무덤은 .. 시 읽기... 2010.04.26
<백석(白石) 생각>(안도현) <백석(白石) 생각> *안 도 현 통영 바다는 두런두런 섬들을 모아 하숙을 치고 있었다 밥 주러 하루에 두 번도 가고 세 번도 가는 통통배 볼이 오목한 별, 눈 푹 꺼진 별들이 글썽이다 샛눈 뜨는 저녁 충렬사 돌층계에 주저앉아 여자 생각하던 평안도 출신이 있었다 ===================================안도현 .. 시 읽기... 2010.03.26
<아바타>를 보는 몇 개의 시선... <아바타>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이 잦아든 요즈음에서야 돌아보면, <아바타>는 2009년과 2010년을 잇는 교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과 연초, 내내 <아바타>에 대한 이야기들이 세상을 떠다녔다. 심지어 TV 토론 프로인 '100분 토론'에서조차 <아바타>가 불러 일으킨 파장에 대한 격론이 .. 나만의 영화관... 2010.03.26
봄비 내리는 풍경...아득하다... 3월... 뜬금없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눈이 내렸다. 그것도 거푸 이틀씩... 동네 아이들을 죄 불러모아 아파트 주차장 한 켠에 눈사람을 만들어 세웠다. 그러나 그 눈사람은 반나절 만에 처참하게 두 동강이 나버렸다. 어느 몹쓸 인심이 그러한지, 몸체 동강 난 자리에 보도블럭 하나 휑, 했다. 우쒸~ 대체 .. 하루하루... 2010.03.15
<공양>(안도현) <공양> * 안 도 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치 반 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울음 서른 되 ========================.. 시 읽기... 2010.03.15
'님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아, 님이여...<공무도하>(김훈) # 님이여, 아~ 님이여, 그 강을...제발...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현의 노래>, <칼의 노래>, <남한산성>...김훈의 소설 제목들을 늘어놓고 보면, 마치 박물관의 관람 화살표시를 따라 걷는 듯한 느낌이다. 고대관에서 중세관으로 옮아가는 동선(動線).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은.. 시 읽기... 2010.03.15